[삶의 전쟁터에서] EP 3_3 움직이는 디자인이 새로운 디자인을 부른다.

2008/06/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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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운동이 끝났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본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정신적 컨디션을 최적화했다. 여느 때처럼 K는 여러가지 프로젝트 진행에 여념이 없었고, 각종 영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실 디자인에서 영업이란 것은 여느 제조업이나 제약업에서 벌어지는 치열하면서도 전략적인 영업들과는 차이가 있다. A클라이언트를 직접 찾아가 B제품을 구매해달라는 전통적인 영업이 우리가 생각하는 영업이라면, 디자인에서의 영업은 디자인 결과물 그 자체가 세상을 떠돌며 영업을 해 오는 방식이라는데 차이가 있다. 시각 디자인은 보여지는 것에 대한 매력도를 최우선으로 친다.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질(Quality)인 것이다. 공연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이것을 제작한 디자이너나 업체에게 작업의뢰를 해오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이 시각적 매력도에는 두 가지가 있는 데,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의해 마케팅적 관점에서 제작된 현실적 디자인이 하나요, 또 하나는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상적 디자인이 또 하나라는 얘기다. 많은 디자이너나 디자인 업체들이 주어진 클라이언트 작업 외에 돈도 되지 않는 자기만의 작업들을 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과 나름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많은 디자인 사조(思潮)나 디자인 캠페인들은 세상을 향한 디자이너의 앞선 생각과 실천으로 탄생하게 되었으니 대중을 향한 그 영향은 지대하다 할 수 있고 디자이너 자신도 더욱더 탄탄한 철학적 기반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것들은 공개 즉시 관계된 사람들의 눈을 타고, 입을 탄다. 그리고는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작업 의뢰로 돌아온다. 여타 업계에서는 입소문이 중요하다지만 디자인에서는 입소문과 아울러 눈(目)소문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선행 디자인으로 업체에게 제안하기도 하고, 경쟁PT를 하면서 일을 따올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3순위, 4순위의 방식이다. 첫번째, 두번째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 다음 영업방식은 요원할 뿐이다. 물론 1순위, 2순위의 영업으로 지명도가 생기면 회사의 파이를 키워 3순위, 4순위 방식으로 영업 방식을 확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100만원, 200만원의 일이 급기야 1억, 2억짜리 프로젝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디자인 회사는 이 순간부터 자연스레 성장한다. 물론 디자이너 스스로가 디자인 철학을 공고히 하고, 이를 발전시켜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은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K는 내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러한 영업전략을 잘 구사하는 축에 속했다. 그래서 K는 작업을 하는 동안 무엇보다 양질의 디자인을 위해 아이디어 구상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 이에 맞추어진 디자인 전략을 가지고 클라이언트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강한 K는 잘 버무려진 진략과 아이디어를 설득해 내어 스스로가 가진 디자인 철학들을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클라이언트들과 꾸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것은 돈에 크기에 관계없이 치열하게 만들어낸 노력의 대가였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만들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끈기 있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K가 나에게 말했다. “시각이동이란 상호명은 참 마음에 드는데, 영문으로 표현하기가 힘드네. Visual Movement는 너무 상투적이잖아” 난 ‘시각이동’의 정의를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것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시각이동은 전담인원이 2명이기 때문에, 덩치 큰 프로젝트는 주위에 경험이 풍부한 각계 전문 인력들을 모아 TF Team을 구성하여 진행한다. 그 이유는 정해지지 않은 룰 속에서 늘 새로운 트렌드를 흡수하고, 뛰어난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룻밤 고민 끝에 난 K에게 말했다. “시각이동이라 함은 새로운 것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행위이고,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스펀지 같은 흡수력이며, 새로운 언어로 재생산해내는 창작력, 이 세가지를 합쳐보면 결국은 시각이동이란 이름은 정체되지 않은 유동적인 디자인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 지금의 디지털족들의 세태를 ‘디지털 노마드族 (Digital Nomad)’라 정의하고 있듯이, 우리는 ‘Design Nomad’ 라 하는 것이 좋을 듯 한데...” K는 내가 정의해준 의미에 대해 만족해했다. “역시 형은… 그걸로 하자. 그럼.” 자연스레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도 함께 정리된 듯했다. 나에게는 시각이동이라는 곳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고 정의해 볼 필요성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일이며, 지금의 나를 정리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더 나아가 시각이동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K가 의도적으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난 그에게 고마워했다. 이렇게 나의 육체와 정신은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


2008/06/29 19:02 2008/06/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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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estone 2008/07/03 13: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애독자.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두번째 단락, 넷째줄 : 진략 -> 전략
    -
    석래.

  2. insoos 2008/07/04 15: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웅 알고 있어. 귀찮어 근데. ㅋㅋㅋ 나중에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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