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쟁터에서] EP 3_7 자기 것에 대한 눈을 키워라.
2008/07/11 17:45
작업을 마무리 하고, K가 말했다. “이 때까지 만든 것 중에 제일 잘 만들었어요” 하며 웃었다. K의 칭찬의 의도는 이랬다. “내가 안그라픽스에 있을 때, 무서운 사수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언제나 내가 만든 작품을 칭찬했어. 나름 힘이 나기도 하고 의욕도 생겨서 다음 작업도 술술 잘 풀리더라고. 근데 몇 주 지나서 내가 만든 걸 보면 그 때 작품이 왜 이리 시시해 보이는지 모르겠더라. 그 때가 되면 그 사수는 당시 작업에 대한 부족한 면을 지적해주고 스스로 고치도록 유도했어. 칭찬과 지적도 타이밍이 어떠냐에 따라 효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거지. 일단은 스스로 자기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눈을 만드는 게 제일 우선인 것 같아.” 내가 만든 것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을 만드는 일. 그것은 많은 작업을 통해 스스로 깨우쳐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다음 작업에 임하는 의욕과 사기를 북돋아주어 능동적인 작품을 만들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칭찬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가 점점 더 발전 할 터이고, 결국은 최초의 작품은 그만큼 낮은 수준이란 것을 깨달을 테니까 말이다. 대학교 때 모 교수님은 나즈막하고 침착한 말투로 “인수야 참 잘했는데, 파일은 얼른 삭제하렴.”이라 말했는데, 이처럼 학생의 창작의욕에 비수를 꽂는 교수님과 K의 대처방식은 사뭇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AV Walker를 마치고, 다시 돌아본 그 작품은 너무나도 유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개성도 없고, 새로운 것도 없으며, 그냥 정리만 한 수준의 졸작. 처음이라는 말로 핑계 부리기에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내 글씨로 도배한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지 레이아웃과 폴리오 배치, 자간과 행간, 사진 배열, 타이포그라피 등, 말 그대로 대학생 수준의 작업이었다. K의 의도가 멋지게 빛을 발했다. 조금씩 나에게도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길러지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그것은 다가올 다음 작업에 대한 자신감으로 바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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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모 교수님께서 그 말씀을 하셨을 때가 기억이 나는군! 다른 사람의 작품을 평가할 때 어떻게 표현을 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 친한 친구끼리야 술자리에서 가십으로 말할때도 있지만 (아무 논리도 없이 그냥 감정적으로 "싸보여, 구려, 싼마이?등등") 다른 사람이 아닌 당사자의 작품을 평가할때가 평가자의 태도와 말투들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그 교수님처럼 "삭제하렴, 영 아닌거 같다.."라고 말하는 직접적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이도있고, "재미있네(무표정이나 미지근한 웃음?과 함께), 잘 모르겠다, ...그런데(처음에는 과도한 칭찬으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전략으로 후반 반전을 꾀하는 방식)"라고 말하는 우회적, 간접적 비판적 태도(본인을 포함)와 "......" 아무말도 하지않음으로서 약간의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묵형 태도 또는 "비켜봐!"라고 말하면서 본인이 마음에 들지않아 다 뜯어 고치는 실천형 태도(주로 상하관계가 명확한 디자인회사와 같은 집단에서만 가능한 행위)의 인간형 등이 있는 것 같다. 디자인행위를 하다보면 당연히 리뷰와 비평을 해야하기에 늘 일어날수있는 일이기에 매우 신중해야 되지 않나 싶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잘 나가신다는 디자이너들)이 와서 리뷰와 비평을 하는데, 그들의 태도때문에 학생들이 학생들 작품을 비평하는 그들의 태도를 비평하기도 하지. 이런 모습들을 볼 때 정말 재미있지. '공식적' 비평의 태도에 대한 '비공식적' 비평.
+저한테는 이번 인수형글과 열형의 댓글이 요즘 많이 와닿는 글들이네요.
형님들이 말하는 글의 주제와는 좀 다를수도 있지만...
디자이너들은 정말 비평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디자이너로써 비평하는 것도 작품을 볼 줄 아는 능력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남의 작품에 대한 비평은 쉽게 생각하는 것, 비평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착각하는 것, 그리고 그게 비평에서 끝난다는 말이죠.(어떤 해결책이나 발전적인 제시없이..-이런 대부분 사람들은 작품을 만든 사람보다 그 이상의 작품을 못 할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
그렇다고 자기보다 잘 하는 사람의 작품을 비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열형 말처럼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득 이런 말이 떠 오르네요.
언제나 말은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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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래.
석래의 글을 보니 갑자기 예전 TV 좌담 프로그램(100분 토론)에서 한명의 패널이 한 말이 생각나는구나. 그중에 비평가 한 명있었는데 상대패널이 비평가에게 그랬지 "대안도 없으면서 비평만 하면 어떻합니까?"
비평가 왈 "그것이 비평가의 직업입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더라고..
아무리 대안이 없다라도 충분한 근거와 논리로서 날카로운 '지적'은 약이되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수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비평은 언제나 말이 많고 탈도 많은 것 같어. 그 잣대는 결코 "보편적, 절대적"일수 없으니.... 몇일 전 현재 굉장히 잘 나가시는 분(그래픽 디자이너)의 블로그에서 몇몇의 디자인 비평에 관한 글들을 읽었는데, 어투가 너무 '단정적'이라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갸우둥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더군. 글쎄 그분의 개인적인 공간이라 어떠한 내용을 적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상당한 "추종자"가 많은 스타디자이너인 이상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뭐야 이거. 뭐 니네들끼리 얘기하고 있어...ㅋㅋㅋ
비평가는 열이가 말한데로 비평 그 자체에 가치를 두어야 하겠지.
비난과 비판의 차이는 논리와 근거,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느냐에 있다고 봐. 작자 스스로가 놓치고 간과한 부분들을 짚어 주고 그것을 다음에 만회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거고. 때로는 작자의 비평에 대해 비평함으로써 작자 스스로의 생각의 힘도 길러주는 등 여러가지 기능이 있다고 봐야지. 열이가 마지막에 말한 부분은 디자인이나 비평계에서 요즘 눈에 띄게 늘어나는 디자인의 권력화 현상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학이나 사회학, 심리학등을 디자인학에 대입시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비판이나 추종은 아직까지는 디자인 분야의 이론이나 실무가 탄탄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필연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종전에 열이가 말했던 대로 시대를 반영하는 다양한 방면의 담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우리나라의 정체성 또한 확고하게 연구되어있지 않으니 우리가 장기적으로 어떤 비전들을 가지고 가야하는 지에 대한 정신적 로드맵의 부재라 볼 수도 있겠고...
암튼 여러가지 논의 해 볼 가치는 있는 듯 하다. 내가 뭔가 논제를 제시한 건 아닌데,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 보이고 있어 좋다. 이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되는데로 다시한번 이부분을 다뤄봐야겠다.
아.. 그렇지 않아도. 나도 끄덕이다가도 단정적..혹은 그 이상의 그 무엇..때문에 답답했는데..
그게.. 나와 내 친구만의 생각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이네..
그 염려부분.. 나 역시 공감..하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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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그랬구나.
난 그곳에 있지 않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토론 행태상 충분한 담론은 없었겠지
아직까진 권위에 기댄 일방적 구술이었을테니
천천히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진하 방문 감사. ^^